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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22.08.16
If you love, Diversity : 노선영 작가
또 다른 언어로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여러분은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나와 다른 생각과 생김새, 문화 심지어 다른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까지. 우리 사회는 다양한 모습들로 채워지며 변화하고 있지만 평소 그런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덴티스테는 늘 여러분께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왔었는데요, 이번엔 조금은 진중하면서도 넓은 의미의 사랑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 이야기의 첫 시작을 작가 겸 전시기획자로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청각장애인 노선영 작가님과 함께해보았어요.

노선영 작가님 사진1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작가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노선영입니다. 그리고 수어 이름은 (수어) 이렇게 합니다.


꾸준히 강연도 하시고 항상 바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 요즘 작가님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요즘 일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두 개의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요, 책도 쓰고 있어요. 그리고 강연 초청이 많이 들어와서 강연도 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최근에 했던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나 경험이 있었을까요?

미디어아트 농인 체험전시 고요속의 대화
미디어아트 농인 체험전시 <고요 속의 대화>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전시회 일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가 평소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많은데요, 제가 기획했던 전시 프로젝트는 청각 장애, 수어, 미디어 아트를 합쳐서 농인의 세상을 비장애인들에게 보여주는 전시였어요.
처음엔 전시 기획을 하는 것이 청각 장애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를 부탁하고, 기획하고, 협동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과연 내가 비장애인들과 소통을 하며 전시회 프로젝트를 잘 준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그러다 문득, 소통의 문제보단 하고자 하는 마음, ‘열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1년간 전시회 준비를 하며 비장애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 후, 전시회를 처음 오픈 했을 때 관람객들이 “새롭다”, “너무 좋다”, ”전시회를 보고 청각 장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해줘서 보람을 많이 느꼈고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전시 기획 의도가 너무 좋아요, 작가님께서도 그만큼 많은 수고를 하셨을 것 같네요. 그러면 다시 일상 얘기로 돌아와서, 코로나로 마스크가 입을 가려버리면서 농인 분들이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그러한 불편함이 있었나요?

3년 전 코로나 상황이 처음 있고 난 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수어할 때 입 모양과 얼굴을 다 봐야 하는데 입을 다 가리고 있다 보니 소통하는데 이해가 잘 안될 때가 많아졌어요. 특히 저는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인데 카페에서 주문할 때 입 모양을 보고 대화할 수가 없으니 불편했어요. 필담으로 대화하려 해도 일하는 사람들이 바쁘기도 하고 청각 장애인들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은 필담을 불편해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어떻게 대화하고 주문해야 할지 모르겠던 적이 많았어요.


정말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코로나 같은 특수한 상황 외에 평소에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농인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농인이 아닌 사람들이 배려할 수 있는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요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들이 수어로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와 같은 기본적인 수어로 인사를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저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무척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아요. 이렇듯 사람들이 기본적인 수어라도 관심을 가지고 배워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입 모양을 크게 해주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청각 장애가 있으면 무조건 소리를 크게 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입 모양을 천천히 그리고 크게 해서 말해주면 입 모양을 보고 조금씩 알아듣는 데 도움이 돼요.
세 번째는 농인들은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까 부를 때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깨보다는 시야 앞에서 가볍게 손짓해주는 게 좋아요. 왜냐면 소리가 안 들리는 상태에서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 깜짝 놀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대화를 시도해주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소통은 어떤 사람들에게나 어려운 일 같아요. 심지어 소통 방식이 같은 사람들끼리도요. 그런 점에서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비장애인들이 처음 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가서 “제가 귀가 잘 안 들려서 입 모양으로 천천히 얘기해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잘 안되면 “필담으로 써주세요” 그렇게 먼저 말씀드려요. 청각 장애가 있다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어려워하며 다가가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대화가 이뤄질 수 없어요.
소통을 위해선 저의 노력과 상대방의 노력 즉,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소통하는데 누가 먼저 시작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소통’은 노력일 수 있겠네요.

네, 맞아요. (웃음)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소재로 드라마도 만들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제가 공론화되어가고 있는 건 좋은 점 같아요. 그러면서 ‘편견과 차별’ 문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는데요, 모두가 ‘편견과 차별’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한번 이 못된 사고가 만들어지면 바꾸는 게 쉽지가 않아요. 지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노선영 작가님 사진2

제가 유럽에 2년 동안 살면서 그 나라 사람들은 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공부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도 직접 해봤어요. 그러면서 발견한 건, 유럽에선 어릴 때부터 장애인 인식개선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었어요. 어릴 땐 고정관념이 생기기 전이라 성인이 되어 교육하는 것보다 교육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거든요. 또 한 가지는 교육이 재밌다는 점이었어요. 미디어 및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다채로운 체험과 놀이로 진행되는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장애를 가진 사람은 혼자서 일할 수 없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가 서로 같은 출발선에 서서 가야 하는 데 장애인들은 (아직까지) 사회가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해결해야 해요. 저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 했어요.
저는 중∙고등학교 때 D반에 있었는데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소외되어 있다 보니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서 혼자 생활해야 했어요. 수업 때 선생님 말씀을 아예 못 들어서 혼자 공부하고, 혼자 시험 보고, 친구들과 대화를 못해서 혼자 따로 말 연습도 많이 했어요. 물론 그때의 그런 노력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으론 조금 안타까워요. 돌아보면 사회 안에 도태되어 혼자 남아있던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저와 같은 경험을 하는 장애인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저희도 같이 출발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 개인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꿈 혹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제가 ‘노선영교육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제 이름을 지어 주셨는데 제가 이름에 이런 뜻을 만들었어요. ‘노’력하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 (웃음) 저의 꿈은 제 이름처럼 사는 것이에요. 제가 가진 재능을 가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 되게 강한 사람이에요. 귀가 잘 안 들려서 어릴 때 제대로 된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랄 기회가 없다 보니 공부를 하고 싶어도 잘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보다는 내가 장애를 편하게 받아들인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선영 작가님 사진3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따뜻한 공감과 위로 한마디를 부탁드려요.

제가 어렸을 때 잘 웃지 않았어요. 그러다 20대에 접어들며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기 시작하고 자립하게 되면서 웃음이 많아졌어요. 제가 웃으니까 사람들이 저보고 “웃는 게 너무 예쁘다” 그래서 ‘나는 웃는 게 예쁜가 봐’란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론 계속 웃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우울해하는 거보다는 항상 밝고 예쁘게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엔 잊고 있던 다양한 소통 방법이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요. 서로를 위한 따뜻한 공감과 작은 노력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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