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이던 잎들이 울긋불긋 단풍잎으로 바뀌고 선선했던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완연한 가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계절 중에서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덥지도 춥지도 않는 쾌적한 날씨 때문이다. 더위도 추위도 잘 타고 본투비 집순이여서 외출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가을엔 꽤 자주 밖으로 나간다. 그건 청명한 날이 많은 가을이기 때문아닐까? 생각해 본다.
디에세이를 작업하기로 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봤을 때 한강이 바로 떠올랐다. 그만큼 한강은 나에게 특별한 장소다.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와 힘겹게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나에게 위로와 마음의 안식을 준 장소이다. 정겨운 시골 풍경만 보고 살아왔던 나에게 서울 도시의 빌딩 숲은 낯섦 그 자체였다. 서울에 올라온 지 4년이 지나고 나서야 도시의 풍경이 익숙해졌고, 그 가운데 한강은 시골과 도시의 괴리감을 완화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시골의 자연은 무질서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는 반면, 한강의 자연은 잘 다듬어진 정돈된 아름다움이 있다. 한강은 시골의 자연과는 차이가 있지만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나에겐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서울살이가 퍽퍽하고 힘겨운 날들이 올 때면, 편한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한강으로 갔다. 한강을 즐기는 방법 중에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도는 것이다. 따릉이는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1~2시간 안에 한강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는 유용한 수단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열심히 돌리면, 가지고 있었던 스트레스는 어느새 잊히게 된다.
한강을 즐기는 다른 방법은 산책 후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다. 햇볕 좋은 가을 날이면 가볍게 읽기 좋은 한 권의 책과 텀블러에 차를 담아 한강으로 산책을 간다. 감상에 젖기 좋은 가을날, 책만 들고 있어도 왠지 머리와 마음이 풍족해지는 기분이 든다.
지하철에서 내려 갈대밭을 지나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친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몇 년 전 서점에서 보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바로 구매한 책. 나 자신을 알아가고 사랑하는 것에 열중하는 나 자신에게 내가 건네는 칭찬이 담겨있다.
해가 뉘엿뉘였 넘어가며 한강에 황금빛 물결이 일렁인다. 책에서 눈을 떼어 반짝이는 물결과 노을을 넋놓고 바라본다. 그저 아름답다고만 표현하기 아쉬운 그런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한강과 사랑에 빠졌던 순간이 바로 노을 지는 한강을 처음 봤을 때다. 그만큼 노을이 지는 한강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디에세이 사진에 잘 담긴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름다운 한강의 자연에서 위로를 얻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며 안정을 찾는다. 헬가 로보트니의 말을 빌리자면, 휴식은 ‘자기만의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만족스러운 순간을 맞이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나에게 한강은 진정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이자 위로의 장소이다. 이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며 또다시 찾아올 가을날의 노을빛 한강을 기대한다.